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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20

[칠레] 라세레나 집시들, 뭐하고 있을까? 다른 도시로 떠나기 전, 라세레나 시내 곳곳을 돌았습니다. 막 가을로 접어든 공원의 햇살은 따사로웠지요. 연인들은 벤치에 앉아 해야 할 일(?)을 하느라 바쁩니다. 남의 시선 따위는 가을 하늘에 휙~!하고 던졌나 봅니다. 시내에는 외관이 깔끔하고 높이도 아담한 유럽풍 건물이 많습니다. 또 바닥에 블록이 깔려 있어서 그런지 참 정갈한 모습이지요. 국민의 90% 정도가 가톨릭을 믿기 때문에 어느 도시를 가건 성당이 많은 편입니다. 라세레나라고 예외일 순 없겠지요. 성당은 화려한 장식 하나 없지만 그대신 고풍스러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참 거리를 돌고 있는데 집시들을 만났습니다. 치렁치렁 긴 치마에 나이도 제각각인 여자 애 세 명이 우리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며 “머니! 머니!”를 외쳐댑니다. 하도 귀찮게 굴.. 2011. 5. 10.
[칠레] 십자가 위에서 바라본 코킴보의 붉은 일상 라세레나 바다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 동안 같은 숙소에 머물고 있던 일본인 사야카와, 칠레 인 리디아를 만났습니다. 둘은 옆 동네인 코킴보에 갈 것이라 했습니다. 라세레나 해안선을 따라 왼쪽으로 눈을 돌리다 보면 나지막한 언덕에 집이며 건물이 빼곡히 들어앉은 게 보입니다. 그리고 높이 솟아 있는 십자가도 희뿌옇게 보이지요. 그 동네가 바로 코킴보랍니다.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우리는 ‘얼씨구나’ 하고 그들을 따라 나섰답니다. 넷이서 신발을 벗고 바닷가를 따라 걸었습니다. 걸어서 그곳까지 갈 생각이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한 시간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눈앞의 코킴보가 더욱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마법 그 자체였지요. 하는 수 없이 우리는 해안가를 빠져 나와 코킴보로 가는 버스를 타고 20분을 달려 .. 2011. 5. 10.
[칠레] 산티아고 광장의 낮을 채우는 사람들 여행이란 게 그렇습니다. 대개 자연을 보거나 건물을 보거나 혹은 사람을 보거나……. 그걸 통해 깊이 있게 그 나라의 문화, 사회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참 대단합니다. 제 경우엔 사람을 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여행의 모토가 “인터뷰 여행(Interview Travel)”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읽어내겠다는 거창한 취지가 담겼었지요. 영어, 스페인어 실력이 모자라 맘에 드는 만큼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늘 그걸 염두에 두고 다니긴 했습니다. 이번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만난 사람들 차례입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묻지도 않았고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말 없이도 저에게 칠레가 어떤 나라인지 알려주고 있더군요. 먼저 주중.. 2011. 5. 6.
[칠레] 아옌데가 지키고 선 모네다 대통령궁 산티아고 시내 헌법광장과 자유광장 사이에 모네다 대통령궁이 있습니다. 모네다(Moneda)는 스페인어로 돈이라는 뜻인데 원래는 칠레의 조페국이었기 때문입니다. 1846년부터 대통령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하다가 지금은 대통령집무실로만 쓰이고 있지요. 대통령집무실치고는 무척 소박한 건물입니다. 높게 솟아 있는 칠레국기가 궁보다 더 화려하게 보일 정도이지요. 궁 앞에는 관광객만큼이나 많은 경찰이 항시 경비를 서고 있습니다. 피곤한 개 한 마리도 그곳에 자리를 깔고 누웠습니다. 칠레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데 담이 없이 쉬웠던 것처럼 모네다 궁도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갔을 때 마침 학생들 한 무리가 교사와 함께 와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교육의 장소가 되기도 하나봅니다. 덕분에 기념촬영도 했습.. 2011. 4. 1.
[칠레] 칠레에서 미혼모를 흔히 볼 수 있는 이유 유스호스텔에서 조금 더 싼 곳으로 숙소를 옮겼습니다. 호스텔이 시내 중심가에서 너무 멀기도 했지만 남녀 방이 따로 되어 있어 남편과 밤새 떠들 수 있는 기회가 없었거든요. 새로 옮긴 숙소는 대로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모퉁이에 있었습니다.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계단을 올라가면 3층에 주인이 살았고 4층에는 여러 방들이 개미집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에요 하룻밤 비용은 2인용 침대가 있는 방 하나에 10,000페소, 이곳에서 우리는 닷새를 더 묵었습니다. 산티아고 시내에 있는 숙소, 가정 집에 있는 방 몇 개를 여행객에게 빌려줍니다. 주인집에는 딸 셋과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딸들의 나이는 대략 10대 후반과 중반 정도였는데 아들은 한 세 살 정도로 아주 어렸지요. 가족들은 우리에게 큰 관심을 보였어요... 2011. 3. 22.
[칠레] 화산도시 푸콘 슬쩍 지나 대망의 산티아고 상경기 노트북과 함께 여행책자를 잃어버린 탓에 다음 목적지는 숙소 아주머니와 다른 여행객들이 추천해주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발디비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푸콘’이지요. 그곳에 가면 화산투어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용암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것을 눈으로 직접 보는 투어라고 하는데 그다지 당기지는 않았지만 한 번 들려볼 요량으로 버스를 탔습니다. 푸콘에 도착, 도시가 깔끔한 느낌입니다. 역시 유명한 휴양지답게 크고 좋은 고급호텔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만년설이 쌓인 화산이 보이고 쾌적한 분위기입니다. 거리에서는 스페인어만큼이나 영어가 많이 들립니다. 이제껏 보았던 다른 도시보다 백인도 더 많았습니다. 물가도 더 비쌌지요. 하루에 2,3만 페소(4-6만 원 정도)씩 한다는 화산투어는 건너뛰기.. 2011. 3. 22.
[칠레] 연어는 이렇게 생겼구나! 발디비아 수산시장 풍경 일찌감치 눈을 떴습니다. 발디비아에서의 첫날입니다. 이곳은 카예카예 강, 크루세스 강이 합쳐져 발디비아 강을 이루며 도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항상 짙은 안개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1552년 세워졌다는데 19세기 독일 이주민들이 몰려오고 나서야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칠레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지요. 그래서인지 외관이 깔끔한 건물과 함께 한 편으로 식민지 시대의 건물이 남아 있어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발디비아는 푸에르토몬트의 아픔을 털어내기에 충분한 곳이었답니다. 한적한 도시 분위기도 좋았고 친절하고 정겨운 사람들 덕에 속상했던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답니다. 숙소 주인은 생김새가 깐깐해 보였지만 우리를 차에 태우고 곳곳을 돌며 유창하지 않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안내해 주었어요... 2011. 3. 15.
[칠레] 여행 중 첫 번째 도난, 노트북 안녕 제일! 가장! 최고! 최악! 등 같은 극단적인 표현에는 언제나 주관이 뒤따르기 마련입니다. 누구에게는 가장 멋진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최악의 것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5개월 간 여행을 하는 동안 어떤 도시는 기억에 오래오래 남는가 하면 어떤 도시는 다시는 발걸음도 들여놓고 싶지 않은 곳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꼭 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푸에르토몬트 만큼은 후자였답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는 복선이란 게 있지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암시하며 일종의 징표 같은 것을 먼저 보여주는 것을 뜻합니다. 책을 읽거나 TV를 보다 보면 ‘아! 저게 복선이구나!’하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답니다. 흑흑! 푸에르토몬트 자체가 복선이었는데 말이지요... 201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