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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9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시에 담긴 소박한 일상 ‘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문학 같다. 말이 넘치는 세상에서 길게 늘이라면 또 모를까 하고 싶은 말을 단 몇 줄로 표현해야 하는 건 여간 고수가 아니고는 힘든 일이다. 그래서 좋은 시를 읽는 데는 1분도채 안 걸릴 수 있지만 머릿속 이미지는 강렬하고 여운은 오래 가는 법이다. 오랜만에 시집을 펼쳤다.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라는 부제를 단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이 시집은 한 시인의 시를 모은 게 아니라 안도현이 마음에 새겼던 여러 시와 함께 짤막한 그의 감상평을 담았다. 평소 시를 즐긴다면 어떤 게 좋은 시인 줄 금세 알아차릴 텐데, 그러지 못하는 나에게는 적절한 시집인 것 같다. 시인들의 시선이 사뭇 놀랍다. 내가 늘 봐오던 풍경조차 그들은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어찌.. 2010. 7. 24.
우리집 밥상, 가족의 미래를 바꿀 책 [희망의 밥상] 몇 해 전부터인가 우리가 식품으로 먹는 동식물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항생제, 호르몬으로 키운 젖소 이야기나 앞뒤로 움직일 수도 없는 좁은 우리에서 평생을 사는 동물 이야기, 유전자 변형 식물의 폐해 등 실태는 충격적이다. 과자나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또 어떤가? 화학적 암호 같이 이름도 요상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사실을 알고도 ‘나 혼자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며 한숨 한 번에 가슴을 치는 데만 그치곤 했다. 독으로 키운 먹을거리 뒤에는 거대한 세계 기업과 강대국의 정부가 버티고 앉았는데 하찮은 내가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관심은 있어서 관련된 책들을 읽어보았자 결론은 하나. “이거 다 지키다간 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겠네.” 그런데 제인 구달은 내가 이렇게.. 2010. 7. 22.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기아는 투쟁의 대상이다 사람이 죽는 이유는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 가장 비참하게 죽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죽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세상에는 더욱 끔찍하고 처참한 죽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 생존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무시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리는 삶이야말로 참으로 불쌍하기도 할 뿐더러 존재 가치를 존중받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일부 아프리카만의 이야기일까? 아니다. 불행히도 전 세계 각지 인구의 절반, 약 8억 5천만 명이 굶주림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자연의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을 지금도 하루에 10만 명,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못 먹어서 죽어 간다고 한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전체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는 사실이다. 한술 더 떠 독일 등 일부 유럽국가.. 2010. 7. 22.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아프간 여성의 운명 개척기 손에서 놓기 싫은 책을 만났다. 숨을 쉬는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그 속에 펼쳐지는 대 서사극을 바쁘게 따라가다 보니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이 어느새 끝나 있었다. 할레드 호세이니가 쓴 소설 [천개의 찬란한 태양]. 몇 장의 티슈로 눈물을 찍어내며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가슴이 시리도록 찬란하게 펼쳐지는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사생아로 태어나 마음 놓고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어린 나이에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해야 했던 마리암, 평범하고 진보적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마리암과 같은 남편을 둘 수밖에 없었던 라일라. 마리암이 주어진 삶에 순응하며 살았다면 라일라는 운명을 개척하는 편이었지만 그녀들 앞에 닥친 시련은 결국 같은 모습이었다. 심한 여성차별과 가난, .. 2010. 7. 13.
[호밀밭의 파수꾼] 빌어먹을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 읽기가 불편했다. 광활한 호밀밭을 상상하며 책을 펼쳤건만 그곳에는 아름다운 자연도, 자연에서 열심히 노동하는 농부나 파수꾼도 없었다. 대신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사춘기 소년과 너저분하고 좁은 뒷골목이 떠오르는 뉴욕의 거리가 있었다. 문장마다 묻어 있는 다소 어수룩하고 성숙하지 않은 말투, 이를테면 비속어 같은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책 뒤표지에는 ‘재즈의 음률을 담은 수많은 속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해 놓았지만 한국어로 읽으니 그런 감각적인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속력이 났다. 주인공의 심리, 거리나 풍경 등 작가의 묘사가 매우 세밀하고 뛰어나 한 문장을 읽고 나면 다음 문장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느새 주인공을 이해하고 그가.. 201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