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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짧은 생각

화이트밸런스가 다른 내 눈에 얽힌 짦은 생각

by 영글음 2010. 9. 3.



나는 양 쪽 눈의 화이트밸런스가 다르다. 오른쪽 눈과 왼쪽 눈으로 보는 색감이 확연히 다르다는 의미다. 한 눈을
감고 오른쪽 눈으로 사물을 보면 푸른빛이 많이 돈다. 반대로 왼쪽 눈으로 보면 노란빛이 강해진다. 한 눈으로만 보면 잘 못 느끼는데 양 눈을 번갈아 떴다 감았다 하면서 같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러다가 눈을 모두 뜨면 두 눈의 중간 상태로 보인다.

화이트밸런스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사용하는 용어다. 빛의 상태에 따라 흰색을 가장 흰색답게 보이게끔 조절하여 자연스러운 색감을 얻을 때 사용한다. 카메라도 아닌 내 눈에다가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달리 설명할 방법을 못 찾아서 그렇다.  

궁금하다남들도 다 나처럼 양 눈이 보는 색의 정도가 다를까? 내 눈만 특이한 걸까? 한 사람의 눈도 이렇게 다를진대 각각 다른 사람의 눈들과는 또 얼마나 차이가 날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이와 다를 바 없다. 같은 상황을 놓고서도 느끼는 바와 해석은 각색각양이다. 내가 맞고 틀림을 논하기 전에 ‘다르다’라는 것만 인정하고 들어가도 훨씬 부드러운 세상이 되겠지? 부모와 자식과 남편과 옆집 이웃과 나는 다른 사람이다. 나부터 인정해야 할 일이다. 그게 퍽 쉽진 않더라도.

또 궁금하다내가 붉다고 느끼는 색이 남들에게는 푸르게 보이는 건 아닐까? 내가 보는 이 색상을 남들도 똑같은 색으로 보는 걸까? 그걸 어떻게 알지? 그 누구라도 다른 사람의 눈 속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 오른쪽 눈이 나인가? 왼쪽 눈이 나인가? 내가 나비인가? 나비가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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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