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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뼛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생각하지 말고 우선 쓰기 시작하라

by 영글음 2010. 9. 16.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라고? 도대체 어떻게 쓰란 말인가? 하나씩 생각해 보자. 뼛속엔 무엇이 있나. 그렇지, 골수가 있다. 골수란 무엇인가. 뼈 속을 채우는 부드러운 조직이다. 백혈구도 만들고 적혈구도 만드는. 그러니까 단단한 뼈를 뚫고 부드러운 골수까지 내려가란 말은 문제의 본질을 찾으란 말일 터. 다시 말해 마음속에서 진정 우러나오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라는 뜻일 게다. 빙고! 하지만 계속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건 이게, 실천하려면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세상에 공짜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걱정 말자. 나에게 어려우면 남에게도 어렵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차근차근 읽고 몸으로 받아들이고 하란 데로 계속 쓰다 보면 골수까지 빼서 글을 쓰는 경지에 다다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책 표지에는 ‘혁명적인 글쓰기 방법론’이라는 수식어가 달려 있지만 내 보기에 이 책은 글을 쓰는 구체적인 방법에 앞서 글과 글쓰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 마음가짐을 알려주고 있다. 나탈리의 선 명상법 스승인 카타리기 선사의 말씀이 책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덕에 읽고 나면 명상의 가르침을 함께 받은 기분도 든다.

책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글을 잘 쓰기 위해서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쓰라는 조언이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들어오던 다독, 다작, 다상량에서 저자는 ‘다상량’을 빼버렸다. 생각은 조금만 하고 대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종이에든 컴퓨터에든 손을 움직여 글을 쓰라고 했다. 마음 가는 데로, 물 흐르듯, 자기검열을 하지 않고 무작정 쓰라는 것이다.

쓰지 않고 머릿속에만 머무는 생각은 결코 글이 아니다. 며칠 전부터 나는 왜 글을 써야 하는지, 무슨 글을 쓰고 싶은지 생각을 했다. 하루는 A이기 때문인 거 같다가 다음날은 B, C가 되었는데 그 다음날이 되니 내가 어디까지 생각을 했는지 헷갈려서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주부치매를 탓할 텐가? 아니다. 그 전에 글로 정리해 두지 않은 내 게으름에 눈을 흘겨야 한다.

작가나 시인이 아니라도 글 쓰는 일은 누구에게나 요구된다. 비주얼이 강해지는 만큼 양질의 콘텐츠는 더욱 빛을 발하는 시대이다. 좌선 명상법의 가르침을 접목한 나탈리의 글쓰기 제안 방식이 다소 원론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겠지만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녀는 분명 응원해줄 것이다. 내 안에 ‘글쓰기 신’이 들어오든 들어오지 않든 나는 써야 한다. 당신도 써야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 한 줄기를 위하여…….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