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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의미를 찾아라 그러면 살리라

by 영글음 2010. 9. 15.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걸 찾을 것.

시련이 오면 있는 그대로의 고통과 대면할 것.


이것은 정신의학자 빅터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얻은 교훈이다. 두 문장으로 정리하니 다소 원론적인 내용이 되었지만 책 속에 펼쳐진 그의 경험을 읽고 나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나 시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창시한 로고테라피의 기본개념이기도 하다.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생과 지옥의 문턱을 넘나들며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희망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저자 자신도 부모나 아내의 생사여부도 모른 채 고통을 맞이한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정신의학자의 태도를 잃지 않고 같은 상황에서도 다르게 반응하는 여러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억하려고 애를 썼다는 것이다.   


평범했던 사람들, 그러나 자유를 박탈당한 수용소에서 가혹한 노동과 폭력, 배고픔, 죽음의 문턱을 몇 번씩 넘으며 그들은 변하기 시작한다. 주검 앞에서도 무감각적으로 수프를 떠 넣을 수 있다. 손에 쥐어진 빵 한 조각을 한 입에 먹어버릴까, 여러 번 쪼개서 나눠 먹을까가 지상 최대의 고민이 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하루에도 몇 번씩 희망과 절망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정신은 피폐해진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 중요한 것을 발견한다. 아무리 극한 괴로움이 가득한 순간에도 그걸 견딜 수 있는 힘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돼지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성자가 되는 이도 있다는 사실이다.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다. 그걸 토대로 빅터프랭클은 프로이트(제1학파)와 아드리안(제2학파)를 넘어 정신치료법의 제3학파라 불리는 로고테라피를 만들었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한국사회는 지금 강제수용소 같다. 일제고사에 수능시험, 취직준비, 승진시험 등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경쟁, 경쟁 그리고 공부, 공부, 공부 또 공부를 해야 한다. 그곳에서 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의 범위는 그다지 넓지 않아 보인다. 슬픈 일이지만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자가 말하는 실존적 공허, 다른 말로 허무주의나 우울증 같은 것이 세상을 뒤덮을지 모를 일이다.


왜 사냐고 묻는데 웃음으로 대답하는 것이 시에서는 시인의 깊은 성찰에서 우러나오는 초월이지만 우리가 웃는 것은 아직 삶의 원동력을 찾지 못한 일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