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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미국 살았던 이야기

미국 자동차에는 핸들이 없다?

by 영글음 2010. 9. 30.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시지요? 근데 진짜에요. -_- 저도 이 사실을 지난주에 알았어요. 그 뿐이 아니에요. 한국 자동차엔 있는데 미국 자동차에는 없는 것들이 부지기 수랍니다. 오늘은 이 뚱단지 같은 이야기를 풀어볼까 해요.



때는 바야흐로 지난주 목요일. 캘리를 만나는 날이에요. 캘리는 우리동네 대학교 학생이지요. Speech Pathology를 전공하고 있어요. 캘리가 왜 저를 만나느냐! 바로 저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에요. 제 튜터랍니다. 예쁘고 표정도 다채롭고 곱슬곱슬한 금발머리를 하고 있어요.

이곳 유학생 와이프들은 대개 3가지 방법으로 영어 공부를 한답니다. 주립대에서 정식으로 진행하는 IECP(Internsive English Communication Program)나 교회, 특정 단체에서 하는 영어 수업, 그리고 개인 튜터에요. 튜터는 비용을 내고 전문 인력(?)을 만나도 되는데 무료 튜터도 가능해요. 대학생들이 튜터를 통해 영어를 가르치고 학점을 따는 제도가 있거든요. 6개월 전에 신청한 거였는데 드디어 저에게도 기회가 왔답니다. ^^

캘리가 처음에 묻데요. 영어 공부하는 목표가 뭐냐구요. 궁리하다가 자동차 정비소나 아이 병원, 우체국 이런 곳에 갔을 때 유창하게 알아들 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답니다. 꼭 앞의 경우가 아니다 하더라도 그저 듣기가 좀 잘되면 좋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었는데 우리 튜터는 다음 시간부터 자동차 관련, 병원 관련하여 플래시 카드도 만들어 오고 하데요? 친절한 캘리씨~

교회에서 운영하는 카폐에서 주로 만나는데 그날은 캘리 차 있는 곳으로 갔어요. 그리고 차를 열어 보면서 이것 저것 명칭을 저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의자를 가르키며 "이건 뭐지?" 그러면 저는 "Seat" 하고 대답했어요. 또 해드라이트를 가르키며 물었을 때 저는 "Headlight"하고 말했지요. 캘리가 핸들을 잡고 묻더군요.

"이건 뭐야?"
"그건 핸들 아니야?"
"뭐라고?"
"히옌들?"
"뭐?"
"음................. 해늘?"
"........."

저는 제 발음이 안 좋은가 싶어서 여러 가지 발음과 악센트로 답을 했답니다. 몰랐던 거지요. 미국에서는 핸들을 'Steering wheel'이라고 한다는 사실을요!!!!! 아마 이 글을 보시고 아니 이런 무식쟁이. 그런 것도 모르고 중학교는 나왔니? 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줄 압니다. 허나 어떡해요. 고등학교 이후 영어와는 담 쌓고 지내다가 작년에 미국에 오면서부터 다시 공부했는데요. -_-;;;;; 제 굴욕은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캘리는 악셀을 가르키며 묻습니다. 

"그럼 이건 뭔지 알아?"
"응 알아. 근데 발음이 맞나 모르겠다. 악세얼? 액세얼?
"뭐?"
"엑셀?"
-> 이 말을 하며 저는 윈도우 프로그램을 떠올립니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야. 이건 개스야."


개스라고? gas. 정말 생소했어요. 그걸 진짜 그렇게 부르는 걸까요? 우선 알겠다고 하고 집에 와서 찾아 보니 원래는 'gas pedal' 이라고 하네요. 그것조차 줄여서 얘네들은 그저 gas라고 부르고 있었답니다. 사전에는 accelertor라는 것도 나와 있더군요. 아마 제가 '액설레이러'라고 말했으면 알아들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홀로 웃었습니다. 이번엔 본닛을 가르키며 제가 물었습니다.
 
"니넨 이거 뭐라고 부르니? 혹시 본닛이니?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본네트라고 말하는 데 이것의 표준어가 본닛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걸 살려서 물었습죠. 그런데 또 아니랍니다. 저의 발음 퍼레이드가 또 이어집니다. 

"그럼 보닛? 보(~r)닛? 아니면 본넷? 본네트?"

캘리는 깔깔 웃더니 hood라고 알려주네요. -_-;;; 역시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미국에선 hood라고 하고 영국에는 bonnet이라 하나봐요. 이렇게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지요? ^^ 

또 하나! 미국에서는 차에 넣는 기름을 모두 gas라고 부른답니다. 기름을 넣는다는 표현은 "pump gas"에요. oil이라고 하면 엔진오일을 말하는 거에요. 여직껏 gas는 기체의 형태라고 생각해 왔는데 왜 차에 넣는 액체 상태의 기름을 그렇게 부르는 것일까요? 원래는 기체인데 압축을 해서 그럴까요? 아시는 분 있으면 답 좀 주세요!!!!



그래도 영어 공부한지 어언 1년 반 남짓... 애 키우며 밥하고 빨래하랴 열공 모드는 아니지만 매일 무언가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은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 보자면 개미 눈물만큼은 발전했답니다. 이제 어린이 영어 만화 (5세 딸내미용)를 보면 대사가 많이 들리기도 하네요.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지만 지금 한 발짝 내딛는 걸음이 모여 목표를 이룰 거라는 믿어 보렵니다. 내일이면 또 캘리를 만나는 날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