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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미국 살았던 이야기

미국 아이들에게 통했다! 민속놀이 강강술래 ♬

by 영글음 2010. 9. 24.
추석 연휴가 막을 내렸네요. 그래도 다시 주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다행입니다. ^^ 이래저래 미국은 상관 없지만서두요! 어제 그러니까 미국 날짜로 추석 당일날 저는 앞서 예보(20100921-미국 어린이집 아이들에게 추석 알리기 대작전)를 해드린 데로 딸내미 어린이집에서 추석을 알리는 발런티어를 하고 돌아왔답니다. 추석 전날 막상 준비를 하다 보니 이것 저것 할 것이 많아서 밤늦게까지 책상 불을 밝히며 의지를 불태웠지요. 지글지글~

구글에서 추석, 한복, 강강술래 등을 영어로 찾아 출력하여 열공하고 한복 라인이 그려져 있는 그림을 찾아내서 색칠공부도 출력하고, 보름달 아래 한복 입은 꼬마들 그림을 찾아 칼라출력한 뒤 스티커도 만들었답니다. 나름 설레고, 긴정되는 하루였답니다.


우리 똥강아지는 아침부터 신이 났습니다. 한복을 입혔거든요. 많이 작아서 치마가 껑충 올라갑니다. 그래도 공주가 입는 드레스 같이 발 아래까지 내려오는 치마(!)라 그런지 여자 아이들은 한복 입는 것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앉혀 놓고 머리도 땋아 주고 머리에 씌우는 것(이름을 잊었어요)을 얹었는데 작아서 들어가지도 않지 뭐에요. 할 수 없이 핀으로 고정! 룰루랄라 신이 난 딸의 손을 쥐어잡고 어린이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오~ 길거리에서 보는 사람마다 예쁘다고 난리입니다. 그 덕에 우쭐해진 딸을 데리고 겨우 안으로 들어갔어요.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엊저녁 말씀하신 데로 교실 한 가운데 인공 달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끝에 月, Moon, 달 이렇게 세가지 형태의 글자를 써서 매달아 놓은 걸 보니 어찌나 고맙던지요. 아이들 시선이 일제히 똥강아지에게 쏠립니다. 선생님들도 입을 벌리고 감탄하느라 바쁩니다. 제 생각에 미국 사람들은 감정 표현에 참 솔직해서 우리가 볼 때는 약간 오버스럽기도 하답니다. 한 선생님이 카메라를 들고와 아이들과 똥강아지를 세우고 사진을 찍습니다. 우리 딸 공주병 걸렸겠지요? ^^  




다른 친구와 함께 달을 쳐다 보고 있어요. 목이 꺾이겠어요!



이제 본격적인 추석 알리기 시간! 오~ 똥강아지 엄마 요즘 블로그에 자주 출현해요. 이 사진을 올릴까 말까 무진장 고민하다가 분위기 살리기 위해서 올립니다. 한복을 저렇게 차려입고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에 대해 영어로! 영어로! 설명했답니다. 똥강아지가 입고 간 한복 말고 아이용 한복이 하나 더 있었어요. 그것을 가져가 치마와 저고리, 입는 방법 등을 설명하고 어린이집에 기증하고 왔답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서로 한복 입어보겠다고 난리 부르스였어요~



어때요? 꽤 잘 어울리지요? 좀 작아서 원피스 같은 느낌이지만 제 기분은 참 좋았답니다. 사진 찍을 땐 몰랐는데 찍고 보니 고름이 풀렸네요. ㅎㅎㅎ



다음은 떡 먹는 시간! 저 말고 다른 엄마가 집에서 직접 찹쌀전병을 만들어 오셨답니다. 송편으로 하면 참 좋았겠지만 손이 많이 가는지라 간단하게 이것으로 한 건데 맛이 매우 좋았답니다. 메이플시럽까지 싸오셔서 달콤한 떡을 맛볼 수 있었어요.



이건 오늘의 하이라이트 강강술래를 하는 모습이에요. 다행(!)이도 제 뒷모습만 나왔네요.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 둥그렇게 원을 만들고 서서 다함께 "강강수월래"를 외치며 빙글빙글 도니까 이이들이 무척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느릿느릿 시작했다가 돌면서 점점 속도를 빠르게 하니 절로 신명이 났답니다. 위 사진은마지막 무렵 제일 빠른 속도로 하다가 모두들 손을 놓쳐서 원이 무너진 장면이랍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인데 강강술래는 전라도 지방에서 유행하는 민속놀이인데 그것이 전국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한가위 보름달 아래서 부녀자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원을 그리고 돌았던 놀이랍니다. 한 사람이 선창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후렴을 부르며 나름의 명절을 즐겼지요. 옛시절 여성으로서 억압받던 설움과 회한을 강강술래를 하며 풀지는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이건 뭐하는 건지 아세요? 아이들이 색칠 공부를 하는 거랍니다. 제가 준비한 것을 색연필로 곱게 칠하는 장면이에요.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함께 참여했어요.



한복을 칠하는 모습이 꽤 진지하지요?



한복 색칠공부를 다 한 아이가 자기 사물함에 완성작품을 넣어놓았어요. 고운 색깔 잘도 골랐네요. 치마 위에 네모난 것은 제가 나누어 준 추석 기념 스티커였답니다.



다른 아이들이 색칠공부를 하고 있을 때 우리집 똥강아지는 다른 만들기를 하고 있어요. 아마 엊저녁 제가 준비할 때 이미 색칠을 한 번 해서 흥미가 없었나봐요.

이렇게 해서 한국의 추석 알리기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데 한 아이 엄마가 선생님에게 어제 페스티발이 무척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요. 마음 같아서는 "그거 제가 준비한 거에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뒤에서 홀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답니다. 그뿐이 아니에요. 아이들이 저에게 와서 아는 체를 하며 인사하고 어제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

이 어린이집 아이들은 모두 9개의 국적을 갖고 있답니다. 이번엔 추석 알리기였지만 시시때때로 각 나라의 문화와 행사를 소개하는 시간이 펼쳐질 것 같아요. 총 30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기회를 갖게 되어 저도 즐거웠고 똥강아지도 신나하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부디, 우리 딸내미가 앞으로 자라면서 다양한 사회를 경험하며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정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