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1/078

[볼리비아] 내 마음의 호수, 되살아난 티티카카 옛날 살던 동네에는 커피숍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름은 . 6, 7년 전 즈음에 없어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10년 이상 동네를 지킨 셈이지요. 그 시절,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 지칠 때면 늘 티티카카를 지나 석촌호수를 찾아 머리를 식히곤 했습니다. 고3 어느 날엔 친구들과 캔맥주를 하나 사 들고 티티카카에 들어가 사이다를 시킨 적이 있습니다. 탈선은 해보고 싶은데 간이 콩알만했던 우리는 맥주와 사이다 모두를 냅킨으로 감싼 뒤 두 개를 번갈아 마셨답니다. 알코올 때문이라기 보다는 술을 마셨다는 기쁨(?)에 취해 승리의 브이를 그렸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남편을 만나 연애할 땐 석촌호수가 주요 연애장소였던 탓에 티티카카 커피숍 앞을 자주 지나다녔답니다. 우리는 커피숍이 있는 길을 ‘티티카카 길’이라 명명했습.. 2011. 7. 27.
느리고 불편해도 행복한 사람들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내가 속하지 않은 곳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어디까지 가능한 일일까? 젊은 시절엔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그 문화를 경함하고 이해한 줄 알았다. 그러나 겉핥기 식으로 느낀 건 금세 잊혀지고 가슴에 남지도 않는 법이다. 우리 동네에는 5월부터 11월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동네 마트 주차장 어귀에 천막을 쳐놓고 농산물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독특한 복장으로 직접 농사를 지은 먹거리들을 파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아미쉬’라 불렀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이웃에게 아미쉬 이야기를 들었을 땐 그저 사는 방식이 독특하구나, 유기농법으로 키워서 그런지 농산물이 비싼 편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 Amish Farmer's Market에서 산 농산품. 유기농법으로 키워내 질이 좋고 맛이 .. 2011. 7. 27.
[볼리비아] 일요일 선주민 시장, 타라부코 탐방기 매주 일요일,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남쪽으로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 가다 보면 타라부코(tarabuco) 선주민 시장에 도착합니다. 타라부코는 추키사카(Chuquisaca) 지역의 일부분인데, 이곳을 중심으로 얌파라(yampara) 문명이 발달했다고 해요. 원주민 시장에 가면 오늘까지도 전해 내려오는 얌파라 전통의 일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시장은 제 기능을 잊지 않은 듯 물건을 팔 사람과 살 사람으로 넘쳐납니다. 관광차 온 여행객들도 많지요. 색이 화려한 각종 과일, 채소부터 주민들이 만든 아름다운 무늬의 수공예품, 전통 의약품으로 쓰이는 약초, 고기, 향신료 등이 펼쳐집니다. 특히 선주민 전통의 독특한 무늬를 자랑하는 수공예품은 매우 아름다워 구경하기도 재미있을 뿐 아니라 기념품으로 한두 개 장만하고 .. 2011. 7. 22.
[마감] 티스토리 초대장 드립니다 밀린 이메일 정리하여 삭제해야 맘이 편하듯 초대장이 쌓이니 영 몸이 개운치 않네요. 티스토리 블로그 활동하실 분들 초대장 나눠드립니다. 어떤 블로그를 운영하실 계획인지 간단한 소개와 이메일을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확인하는 데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길진 않아도 됩니다. ^_^ 2011. 7. 22.
[볼리비아] 수크레에서 무료 급식을 도운 사연 2005년 우리가 여행을 할 당시, 볼리비아 수크레에는 한국 가정이 거의 없었습니다. 시내에서 사진관을 하는 우철이네와 선교사댁 두 가정, 독일인 남편과 사는 영자 아주머니네 이렇게 네 가족이 전부였지요. 앞 포스팅에서 영자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일류병원(?)에 입원했던 사연을 소개했는데, 어쩌다 보니 수크레에서 우철이네와 선교사님 댁에 머물면서 숙소를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는 교민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이었답니다. 이틀이나 신세를 졌던 정만섭 선교사님은 지금 이 세상에 안 계십니다. 여행을 마치고 몇 년 뒤 안부 차 전화를 드렸는데, 급성백혈병으로 먼저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다고 해요. 마음이 무거웠지만 좋은 곳에서 편히 쉬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부는 특별한 종교가 없습.. 2011. 7. 19.
일그러진 모계사회, 볼리비아 여성의 삶 우유니 투어를 마치고 볼리비아로 왔을 때 옆지기는 “칠레는 생각보다 잘 살고 볼리비아는 생각보다 못 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나라는 남미 북부를 해방시킨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국가명을 정했건만, 칠레, 페루, 파라과이와의 전쟁에서 모두 지는 바람에 남미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가 되었다. 과거 좋았던 시절엔 대서양에서 태평양까지 영토가 이어졌다는데 지금은 바다 인접한 곳을 모두 빼앗기는 바람에 해군 군사훈련도 티티카카 호수에서 한다고 한다. 물가가 싼 덕에 우리에게는 꿈의 나라가 되어주긴 했지만 말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볼리비아가 가난하기 때문에 위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여행책자에도 충고가 여러 번 나왔다. 직접 겪은 느낌은 여행객에게는 어떤 나라든 위험요소가 늘 도사리고 있으.. 2011. 7. 8.
볼리비아에도 강냉이가 있구나! 수크레 거리에서 한 남자가 강냉이를 팔고 있었다! 어릴 적 먹던 강냉이와 모양도 같다. 한국과 멀리 떨어진 땅 볼리비아 사람들도 강냉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옥수수나 감자는 남미 안데스가 원산지 아니던가! 튀겨도 우리보다 훨씬 더 먼저 튀겼을 법하다. 우리네처럼 까만 대포(?)에 넣고 뻥 소리를 내며 만드는지, 그걸 알아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 2011. 7. 8.
나는 과연 눈을 뜨고 살아 가는가 [눈 먼 자들의 도시] 눈을 감는다. 손을 뻗으면 바로 전까지 눈 앞에 있었던 컴퓨터 자판기가 있다. 문서가 열려 있다면 눈 감고 글자를 치는 일쯤이야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그 다음은? 의자에서 일어나 기억을 더듬으며 가구를 피해 현관까지 간 그 다음은? 내가 사는 주택단지 밖까지라도 두 발을 온전히 내디딜 수 있을까? 귀로 차를 피하고 손으로 땅을 더듬거리며…… 뱃속에 있는 둘째 정기검진 차 병원 가는 길, 오래 기다릴 것을 예상하고 ‘가볍게 소설이나 읽자’하여 가방 속에 넣은 책, [눈먼 자들의 도시]. 대기 시간 중 짬짬이 읽다가 어느새 책에 코를 박고 몰입하는 나를 발견한다.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고 잠시 후 다시 오겠다고 하면 바로 책을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날 끝을 봐버렸다. 소감? 충격이다. 어느 .. 2011.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