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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분노가 일지 않아 당황스러웠던 [허수아비 춤]

by 영글음 2011. 9. 30.
오늘날,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정의? 정치? 민주주의? 그것도 아니면 도가니같은 같은 영화 한 편? 글쎄올시다. 슬프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돈에 따라 움직이고 돈을 쫓아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다.



돈이면 다 통하는 이 시대, 소설 [허수아비 춤]은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고 있는 대기업, 재벌이 어떻게 언론을 좌지우지하며 정계, 법계 등 각계 인사를 떡 주무르듯 손아귀에 넣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그 과정에 강기준, 박재우 등으로 대표되는 개인, 개인은 철저히 도구화되어 인간의 존엄성을 접어둔 채 기업을 위해 희생되고 (본인들은 거액을 받고 하는 일이라 그렇게 생각지 않을 수도 있으나) 있다.

 

경쟁 사회의 치졸한 생존방식, 각종 비리, 재벌들의 더러운 생리 등을 읽다 보면 퍽 놀랄 만도 한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았다. TV만 켜면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이야기인데다가 드라마에서조차 많이 다루었던 주제라 그런지 어떤 놀람도 분노도 일지 않았다. 이 사회의 부조리에 면역이 되었구나 싶어 씁쓸했고, 무서웠다. 뭔가 바꾸려면 현실을 제대로 아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알아도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깔린 탓일는지. 칼날 같은 눈으로 세상을 사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다.

 

내공이 있는 작가답게 글 한 줄, 한 줄이 쏙쏙 들어왔고, 난생 처음 들어본 속담, 관용어구를 하나씩 뜯어 보는 맛도 썩 좋았다. 책 표지에 이 책이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되어 있는데 그것 보다는 경제민주화가 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잘 파헤친 책이라는 것만 짚고 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