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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세계 여행 이야기

[칠레] 산티아고 광장의 낮을 채우는 사람들

by 영글음 2011. 5. 6.

여행이란 게 그렇습니다. 대개 자연을 보거나 건물을 보거나 혹은 사람을 보거나……. 그걸 통해 깊이 있게 그 나라의 문화, 사회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참 대단합니다. 제 경우엔 사람을 보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여행의 모토가 “인터뷰 여행(Interview Travel)”이었습니다. 세계 각지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읽어내겠다는 거창한 취지가 담겼었지요. 영어, 스페인어 실력이 모자라 맘에 드는 만큼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늘 그걸 염두에 두고 다니긴 했습니다.

 

이번에는 칠레 산티아고에서 만난 사람들 차례입니다. 한 명, 한 명 이름을 묻지도 않았고 인터뷰를 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말 없이도 저에게 칠레가 어떤 나라인지 알려주고 있더군요.



먼저 주중 산티아고 한 광장의 모습입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사람들이 벤치를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야 겨우 자리가 날 정도입니다. 우리네 탑골공원이 노인들로 가득 찬 것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칠레에는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남미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왔다고 해서 다 일자리를 덥석 찾기는 어렵겠지요. 그런 이들이 광장에 앉아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광장의 또 다른 주인공은 비둘기입니다
. 수가 얼마나 많은지 기절할 것 같습니다. 새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광장으로 모여들고 사람들은 또 먹이를 주고 하는 식의 순환이 지속되겠지요. 간혹 아이가 비둘기를 향해 ‘와~’하면서 뛰어갈 때면 새들이 떨어뜨리고 갈 세균들이 느껴져 몸이 근지러워지기도 하지만 칠레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공원 곳곳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많고
. 점심 휴식시간을 이용해 직장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도 있습니다.




산티아고 길거리에는 노점상이 많답니다
. 음료수도 팔고 핫도그 같은 걸 파는데 노점 옆으로 파란색 양복을 입은 할아버지가 보이시나요? 우리가 길거리 사진을 찍고 있자 그 할아버지가 다가오더니 대뜸 자기를 찍으라고 권하더라고요. 워낙 칠레 사람들이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하나, , 셋하고 셔터를 누르려는 데 순간 잘 웃고 있던 그의 표정이 바뀌었습니다.




놀란 토끼 같은 표정이지요
? 웃겨서 우리가 깔깔거리는 사이, 그는 그저 안녕을 하고 유유히 사라지데요. 일부러 우리에게 추억을 선물하려고 재미있는 표정과 자세를 잡아준 그 할아버지가 참 고맙습니다






강아지와 놀고 있던 귀여운 소녀도 한낮 음주를 즐기는 청년들도 사진 찍히기를 좋아하는 것에 예외는 아닙니다
. 일본 사람들이 친절하다면 칠레인들은 친근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만난 경찰입니다
. 테무코에서와 같이 말을 타고 순찰을 돕니다. 명동 시내 한복판 같은 곳에서 말을 보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경찰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느라 본분은 잠시 제쳐둔 것 같습니다.




밤거리에서 만난 노숙인도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노숙자들은 종이상자나 신문지, 담요 같은 것으로 나름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던데 이 사람은 모자로 빛을 가린 게 전부이네요. 노숙인들은 도시 근처에 많지요.  남미 산업의 중심 도시에서 본 또 이유 있는 모순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