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닐 때 이런 애들 꼭 있다. 남들 머리 터져라 공부할 때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가고 농구, 축구 하면서도 시험은 잘 보는 애들. 얄밉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데 이런 부류 가만 살펴 보면 머리가 정말 좋거나 ‘공부하는 법’을 알고 있다. 반대로 공부하는 법을 잘 모르는 애들은 그야말로 헛다리 짚다 허송세월 보내기 십상이다.
조선시대 유배를 갔던 수많은 사람 중 유배가 끝난 뒤 모습도 천차만별일 터. 누구는 시대를 탓하며 억울한 마음, 분노의 심정을 억누르거나 폭발시키느라 시간을 다 보냈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사람, 18년이란 긴 세월 동안 쉬지 않고 학문을 갈고 닦아 500여 권의 저서를 들고 돌아왔으니 세상 사람들 까무러치고도 한 번 더 뒤집어졌을 일이다. 그 이름 다산 정약용.
지금처럼 인터넷도 없던 시대, 보통 사람은 1년에 책 한 권 쓰기도 빠듯한데 정약용은 어떻게 한 달에 두세 권씩 그것도 퍽 다양한 방면의 저서를 남길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의 열쇠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 담겨 있다. 국문학자 정민이 쓴 책으로, 다산이 평생 추구했던 학문의 방향과 삶의 가치관까지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정약용의 효율 백배 학습법을 비롯하여 재빠른 정보 판단력, 탁월한 지식편집 능력에 여러 번 놀라게 된다. 어떤 책을 읽던지 중요 문장은 꼼꼼히 옮겨 적되 분야별로 정리, 분류해 놓아 언제든 찾기 쉽게 하고, 모아 놓은 정보는 목차를 세워 체재를 정한 뒤 가공하고, 수시로 메모하고, 근거가 확실할 때까지 파고들며, 제자들과 역할을 부담하여 효율성을 키우다 보면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할 수 있다. 또한 적용하고 실천하여 실용가치가 있는 학문을 중요시 했던 그의 지식 경영법은 오늘날에도 매우 유용하다.
저자 정민도 정약용의 가르침에 따라 책을 구성하고 만든 덕인지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600페이지나 되는 긴 분량임에도 주제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 읽기가 편하다. 단지, 정약용의 글을 인용한 부분에서 옛 한자어 등이 자주 나와 완벽히 이해하는 데는 애로점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본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원생들을 비롯한 논술 준비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꺾어진 30대,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시점에서 아직도 꿈을 꾸고 미래를 준비하는, 그러나 내 꿈이 실현 가능이 있는지 몰라 주춤하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서도 날카로운 외침을 쏟아 붓고 있다.
“목표를 정해 그와 꼭 같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 몰두하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고 적당히 현실논리에 타협하고 남들 하는 데로 답습해서는 결국 큰 성취를 이룰 수 없게 된다. (383p)”
“공부해서 무엇에 쓰겠느냐고 묻지 마라.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을 수 없어 하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서 책을 안 읽고 무슨 일을 하겠느냐? 백 년도 못 되는 인생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살다 간 보람을 어디서 찾겠느냐? (495p)”
그래, 공부해서 남주지 않고 늦었을 때란 없다. 꿈을 쫒아 무언가 시도할 바엔 200년 전 다산의 가르침을 되새겨 능률적으로 정보를 가공하고 핵심을 장악아며 생각을 단련할 일이다. 아줌마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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