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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62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시인 그리고 시를 사랑한 소년 시 한편으로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본 적이 있는가? 갖은 은유법, 직유법으로 상대방 마음의 빗장을 풀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이미 시인이다. 소설 속 주인공 마리오 역시 달콤한 시적 언어로 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으니 그도 시인이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칠레 민중시인 네루다와 우편배달부 마리오의 우정 그리고 시를 향한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주민 대부분이 어부로 사는 작은 바닷가마을, 17세 마리오가 이슬라 네그라에 사는 네루다에게만 우편물을 배달하는 우편배달부가 되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5년 전, 배낭여행을 할 적에 바다가 손짓하는 이슬라 네그라의 네루다 생가를 가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면 하나, 하나가 머릿속에 그림처럼 그려졌다. 마리오가 네루다의 시에.. 2010. 7. 6.
[호밀밭의 파수꾼] 빌어먹을 세상을 향한 작은 외침 읽기가 불편했다. 광활한 호밀밭을 상상하며 책을 펼쳤건만 그곳에는 아름다운 자연도, 자연에서 열심히 노동하는 농부나 파수꾼도 없었다. 대신 반항아 기질이 다분한 사춘기 소년과 너저분하고 좁은 뒷골목이 떠오르는 뉴욕의 거리가 있었다. 문장마다 묻어 있는 다소 어수룩하고 성숙하지 않은 말투, 이를테면 비속어 같은 것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책 뒤표지에는 ‘재즈의 음률을 담은 수많은 속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해 놓았지만 한국어로 읽으니 그런 감각적인 장점이 드러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읽다 보니 속력이 났다. 주인공의 심리, 거리나 풍경 등 작가의 묘사가 매우 세밀하고 뛰어나 한 문장을 읽고 나면 다음 문장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나는 어느새 주인공을 이해하고 그가.. 2010.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