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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느리고 불편해도 행복한 사람들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by 영글음 2011. 7. 27.

내가 속하지 않은 곳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어디까지 가능한 일일까? 젊은 시절엔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왠지 문화를 경함하고 이해한 알았다. 그러나 겉핥기 식으로 느낀 금세 잊혀지고 가슴에 남지도 않는 법이다.

 

우리 동네에는 5월부터 11월까지 일주일에 번씩 동네 마트 주차장 어귀에 천막을 쳐놓고 농산물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독특한 복장으로 직접 농사를 지은 먹거리들을 파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아미쉬 불렀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어 이웃에게 아미쉬 이야기를 들었을 그저 사는 방식이 독특하구나, 유기농법으로 키워서 그런지 농산물이 비싼 편이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 Amish Farmer's Market에서 산 농산품. 유기농법으로 키워내 질이 좋고 맛이 일품이다.
특히 수박은 5,500원 정도면 아주 큰 놈으로 살 수 있는데, 꿀을 엎지른 것 같이 달고 물기가 많다.  



▲ 우리 동네에서 화, 목, 토마다 열리는 Amish Farmer's Market 풍경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단순하고 소박한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읽고 그동안 내가 아미쉬들에 대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 단편적인 모습만 알고 있었다는 깨달았다. 인종과 언어는 달라도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살아가는 이웃이거늘 번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매번 신기한 눈으로 그들을 봤다는 새삼 미안해졌다.

아미쉬는
종교를 기반으로 공동체이다. 유아세례를 반대하고 성인이 되었을 다시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재세례파라고도 불리는데, 유럽 종교개혁 당시 핍박을 받아 18세기부터 미국으로 이주하여 정착했다고 한다. 특히 내가 사는 펜실베이니아주는 초기 정착지로 지금도 많은 수의 아미쉬 공동체가 살고 있다.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이들의 생활방식이다. 21세기 최첨단의 시대에 아미쉬들은 전기 물질문명을 거부하고 컴퓨터, TV, 라디오 등을 사용하지 않으며 말이 끄는 마차를 주된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직접 만든 옷만 입으며 결혼도 공동체 안에서만 허용된다. 특히 제도교육을 거부하며 성경을 바탕으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사는 모습은 개성과 경쟁을 강조하는 우리에게 가장 이질적인 모습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꾸미는 사치라 여겨 장신구는 물론 여자들은 거울도 보지 않는단다.

[단순하고 소박한 ] 저자 임세근 씨는 아미쉬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에서 아미쉬들과 이웃하여 살면서 그들의 역사와 전통을 연구했다고 한다. 그런 덕인지 간접적이나마 곳곳에 아미쉬들의 목소리를 들을 있었다. 특히 저자가 아미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음에도 공동체 안에서의 문제점, 이를테면 남녀의 위상 차이나 유전적 질환, 가정폭력 등까지 세밀하게 다루어 한 가지 시선만 갖지 않게 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이다.

 

2 방학을 맞아 지인들과 랭커스터 아미쉬 마을을 찾았다. 아미쉬들은 폐쇄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는 탓에, 투어를 통해 모조로 만들어 놓은 집과 농장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역시 진리였다. 책을 미리 읽지 않았다면 100 투어에 참가한다 해도 결코 그들을 이해할 없었으리라. ■

 

단순하고소박한삶아미쉬로부터배운다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한국에세이
지은이 임세근 (리수,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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