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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책읽기의 즐거움

책 100권 쌓아 놓고 읽기의 즐거움

by 영글음 2010. 8. 31.

사람은 저마다 책 읽는 습관이 다릅니다. 어떤 이는 같은 저자의 책만 파고드는가 하면, 어떤 이는 관련된 책을 모조리 읽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한 권을 끝낸 다음에 다음 책을 펼치기도 하고 저 같은 사람은 3~4권을 한꺼번에 봅니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건 각자의 취향이라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책을 100권이나 모은 까닭과 방법



 
미국에 올 때 결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책읽기’였습니다. 살면서 늘 책을 많이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가지고 살았는데 학교생활, 직장생활이 바쁘다 보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답니다. 한 달에 한두 권? 그것도 읽기 편한 소설 위주로 읽다 보니 남들이 말하는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게 도통 무슨 의미일까 모르겠더라고요. 대학졸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맘 편히 쉬게 생긴 이때, 그 말이 정말일까 아닐까 가늠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미국오기 전 제가 읽을 책 목록 리스트를 만들었답니다. 딱 100권을 목표로 했습니다. 출국 바로 직전 들었던 강의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서평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의였는데 단순히 글쓰기만 배운 게 아니었답니다. 왜 좋은 책을 골라서 읽어야 하는지, 여러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야 하는지,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배우면서 책을 보는 시야 자체가 달라졌답니다.


강의해주신 선생님과 믿을 만한 지인들의 추천 그리고 선물 받아 놓고 아직 읽지 않은 책 목록을 정리했습니다. 또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를 꼼꼼히 살핀 후 제 관심영역을 반영하여 추가했지요. 우선 그동안 한국 소설을 즐겨 읽어왔던 터라 그것은 최소로 줄이고 그간 소홀했던 인문/사회 분야와 세계문학 분야를 중점에 두었습니다. 경제학 공부하는 남편과 발 맞춤하기 위해 경제 분야도 좀 넣었고요.

다음 작업은 책 선물받기였습니다. 출국 기념 선물해주겠다는 사람들에게 모두 책 목록을 들이밀었습니다. 누구는 새 책을 사주기도 하고 누구는 집에 있는 책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헌책방 순례! 아름다운 가게, 관악구 헌책방, 신촌 헌책방, 잠실 헌책방 등을 돌며 책을 골랐습니다. 온라인 헌책방도 이용하고 최후의 순간이 왔을 때는 과감히 새 책을 샀답니다.

제가 미국에 어떤 책을 싸들고 왔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더보기>를 눌러 주세요. 분야별로 양서라 부를만한 책이 많아서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계기로 읽은 책과 읽어야 할 책을 정리해 보니 41권을 읽었는데 그 중에 9권이 만화책이라 약 30% 정도라 봐야되겠네요.  특이한 점은 경제관련한 책을 단 한권도 안 읽었다는 겁니다. 읽은 책을 보니 관심사까지 보이네요. -_-;; 책을 읽다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은 넓고 책은 참 많습니다. 

책, 쌓아 놓으면 보기만 해도 배불러



마음의 양식 책을 100권씩이나 책장에 꽂아 놓으면 안 읽어도 배가 부른답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저 책을 다 읽으면 어떻게 변해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흐뭇해집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꼭 책장을 넘겨 읽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는 것! 그래서 때론 멍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만 본다는 것! 웃기는 일이지요. ^^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제가 블로거라는 사실이에요. 서평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니 요즘은 서평 쓰려고 책을 읽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답니다. 딸내미를 재우고 난 다음에 몰래 일어나 쪽방에 들어가 불을 켜고 미친 듯이 책을 읽는 날도 많습니다. 내가 이 책을 얼른 읽어야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집념을 지글지글~ 불태우며 말입니다. 아, 그런데 지금 읽고 있는 <이기적인 유전자>는 금세 읽기가 어려운 책이어요. 함께 읽었던 <눈물은 왜 짠가>는 벌써 끝을 냈건만 이 책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서평쓰기도 그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도 드네요.
 


다음엔 뭐 읽을까? 여배우의 심정으로 책을 고르다



저는 “기회는 이때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작정하고 책을 읽는 중이라 독서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답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마지막장을 읽고 덮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든답니다. 내가 또 해내었구나! 과장하자면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등산가의 마음이랄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다음엔 무슨 책을 읽을까 고르는 순간이지요.


이 책 앞장을 넘겼다, 저 책을 들췄다 하다보면 제가 마치 다음 출연작품을 고르는 여배우가 된 심정이랍니다. 어떤 작품이 나에게 어울릴까? 감독은 누구고, 주인공 남자배우는 누구지? 이런 마음으로 신중하게 책을 고르는데 항상 몇 권이 경쟁을 하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여러 권의 책 중에 그때마다 읽고 싶은 책, 당시 저와 궁합이 맞는 책은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책을 한 장 읽는데 열 시간이 걸렸다고 해도 내일은 하루 만에 한 권을 다 끝낼 수도 있다 이겁니다. ^^

언제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100권을 다 읽고 나면 “책 속에 정말 길이 있는가?, 길을 찾으려면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볼까 합니다. 짐작컨대 내년 여름쯤이면 가능할 것도 같고 더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지금이라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가 책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야 가까이 하게 되었을까 싶을 정도로요.

읽어야겠다는 마음과 실제 읽는 행위에는 간극이 존재합니다. 그것만 뛰어넘으면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아도 여러 저자가 안내하는 무한의 세계, 사색의 세계로 빠져드는 경험을 하실 수 있답니다. 저는 한국 책이 없는 환경에 오게 되어 어쩔 수 없이 100권을 싸들고 왔지만 여러분은 한 권부터 시작해 보세요.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통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