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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62

[불안] 현대인은 왜 불안을 느끼는 걸까 “부는 욕망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것이다. 우리가 얻을 수 없는 뭔가를 가지려 할 때마다 우리는 가진 재산에 관계없이 가난해진다.” (불안 p 80~81) 장 자크 루소가 에서 말한 내용을 알랭 드 보통이 저서 에서 인용한 구절이다. 이는 부에 대한 이야기지만 행복도 마찬가지일 터. 도달하고자 하는 기준이 높을수록 우리는 불행하며 때론 불안하다. 가진 자가 이미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갖으려는 마음, 최고의 위치에 있는 스타가 언제까지나 그 자리를 유지하고픈 욕망, 그 이면에는 그렇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불안이 숨 쉬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 ‘불안은 욕망의 하녀’라 했다. 인간에게 욕망은 당연한 심리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남들보다 더 부유해지고 싶고, 더 유명해지.. 2010. 10. 5.
[인간 없는 세상] 인간과 자연의 화해를 꿈꾸며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은 기분이다. 공상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를 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법도 하다. 이 세상에서 어느 날 갑자기 단 한 명의 인간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물론, 영화가 되려면 한 명 혹은 두 명은 남겨둬야 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기막힌 가상 시나리오가 작가나 감독이 아닌 저널리스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인간 없는 세상]이란 책을 마냥 재미로만 읽을 수 없는 이유이다. 논픽션, 즉 현실 가능한 일이니까 말이다. 인간이 사라진 뒤에 남을 생명체와 자연의 놀라운 복원력을 상상하기 위해 독자는 지구가 탄생할 당시까지 거슬러가거나 백년, 천년, 만년, 몇 억년 후의 미래를 누벼야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지난날이나 앞날에 .. 2010. 10. 1.
[달려라 아비] 상상 너머엔 긍정의 고개가 김애란 소설집 [달려라 아비]는 팝콘을 닮았다. 뜨거운 열을 가하면 어느 순간 ‘팝, 팝’하고 터지는 팝콘! 고소하고 짭조름하며 부드럽게 녹다가도 씹는 맛이 있어서 눈앞에 있으면 미처 터지지 못한 옥수수 알갱이가 바닥에 보일 때까지 끝장을 내야 직성이 풀리는 팝콘 말이다. 젊은 감각이 물씬 묻어나는 작가의 필력과 상상력은 강냉이가 아닌 팝콘이 된 이유이다. 단편 9편으로 이루어진 김애란의 소설집을 읽으며 참 여러 번 놀랐다. 도무지 따라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개성 넘치는 문체가 그렇고, 80년생이라는 작가의 나이가 또 그렇다. 이 책이 5년 전 나온 것이니 당시 그녀는 스물다섯이었을 테다. 아버지 없이 자란 성장기, 불안정한 20대의 처지, 현대인의 소외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자기연민과 슬.. 2010. 9. 30.
날카로운 사색은 벽을 넘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사방이 꽉 막힌 벽, 한 발짝도 마음 놓고 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이 갇혀 있어야 한다면, 나는 과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유를 막론하고 신체의 자유를 빼앗기면 자연스레 정신이 한정되고 사고가 갇히게 마련이다. 인간으로의 이성보다 동물적 감각에 기대는 일도 많아질 것 같다. 그러나 한 남자에게 벽은 사색의 공간이 되었다. 몸은 갇혔지만 벽으로 둘러싸인 감옥은 생각이 커가는 것까지 잡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의 사색은 단단한 벽과 시대를 넘어 오늘까지 많은 이들의 가슴을 깊게, 아주 깊게 파고든다. 현재 성공회대 석좌교수로 있는 신영복 교수의 이야기이다. 그는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수가 되었다. 말이 무기수이지, 빛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끝없이 마주.. 2010. 9. 28.
[뼛 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생각하지 말고 우선 쓰기 시작하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글을 쓰라고? 도대체 어떻게 쓰란 말인가? 하나씩 생각해 보자. 뼛속엔 무엇이 있나. 그렇지, 골수가 있다. 골수란 무엇인가. 뼈 속을 채우는 부드러운 조직이다. 백혈구도 만들고 적혈구도 만드는. 그러니까 단단한 뼈를 뚫고 부드러운 골수까지 내려가란 말은 문제의 본질을 찾으란 말일 터. 다시 말해 마음속에서 진정 우러나오는 진짜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쓰라는 뜻일 게다. 빙고! 하지만 계속 눈물을 흘려야 하는 건 이게, 실천하려면 쉽지 않다는 것. 그러나 세상에 공짜로 이루어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으니 걱정 말자. 나에게 어려우면 남에게도 어렵다. 나탈리 골드버그가 쓴 를 차근차근 읽고 몸으로 받아들이고 하란 데로 계속 쓰다 보면 골수까지 빼서 글을 쓰는 경지에 다다를지도 모르지 않겠는가.. 2010. 9. 16.
[죽음의 수용소에서] 의미를 찾아라 그러면 살리라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걸 찾을 것. 시련이 오면 있는 그대로의 고통과 대면할 것. 이것은 정신의학자 빅터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얻은 교훈이다. 두 문장으로 정리하니 다소 원론적인 내용이 되었지만 책 속에 펼쳐진 그의 경험을 읽고 나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나 시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그것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창시한 로고테라피의 기본개념이기도 하다. 책의 대부분은 저자가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생과 지옥의 문턱을 넘나들며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언제 끝날 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미래 앞에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희망을 빼앗겼던 사람들.. 2010. 9. 15.
가을에 물들고 싶다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가을, 감정의 기복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계절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책 읽기도 좋고 지나간 옛 사랑을 추억하기도 좋은 계절이지요. 자기도 모르게 다가오는 감정소모를 굳이 막지 않겠다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이 책은 드라마 방송작가 노희경 에세이입니다. 노희경은 , , , 등을 쓴 작가이지요. 대중에게 두루두루 인기가 있는 작가…라기 보다는(^^) 마니아 층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 중 한 사람이고요. 최근 단막극 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그리 큰 호응을 얻었던 것 같진 않았는데 조만간 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책을 펼치면 작가의 사랑 이야기, 어린 시절 이야기,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또 방송가의 이야기가.. 2010. 9. 10.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의 유쾌한 이야기 [공중그네] 여기 꼴통 정신과 의사 이라부가 있다. 그는 누가 의사이고 환자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신비한 재주가 있다. 또 누구라도 찾아오기만 하면 잡고 찌르기부터 하는 ‘비타민주사 중독자’ 이다. 진료실에 앉아 환자를 치료하기보다 호기심이 많아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어 하고 환자와 같이 사고치는 것을 즐긴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만한 심각한 문제도 그에게만 가면 가벼운 솜사탕으로 변신, 몇 입 베어 먹다 보면 다 없어지고 결국 남는 것은 막대기 하나뿐이다. 그것마저 쓰레기통에 ‘골인~’ 시키면 문제해결 완료! 그를 만나고 싶다고? 그렇다면 오쿠데 히데오가 쓴 를 들추면 된다. 소설은 이라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게 된 야쿠자 중간보스, 실수를 반복하는 공중그네 곡예사,.. 2010. 9. 8.
지식인? 지식in? 지식인 사회의 현 주소를 말하다 조금 우중충한 청록색 표지의 책을 집어 들었다. 명조체로 이란 제목이 박혀 있다. 그런데 지식인이 ‘지식人’으로 읽히는 게 아니라 ‘지식in'으로 보인다. 어디선가 “거봐, 지식인은 죽었지?”라고 확신하며 묻는 것 같다. 표면상으로 민주화가 된지 20년, 사회 곳곳에서는 국민이 주인이 된 사회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만연하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대한민국의 외관은 화려하게 변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변색하거나 후퇴하는 일도 많다. 지식인의 죽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지식인, 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모습을 바꾸다 이 책은 경향신문에 87년 6월 민주항쟁 20년을 기념하며 16차 동안 특별기획으로 지면에 게재한 기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일간지에서는 다소 다루기 힘들었던 참신한 기획과 방대한 .. 2010. 9. 8.
고등학교 때 봤으면 더 좋았을 경제사상 입문서 경제를 다룬 책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그래프 하나 없이, 도표도 없이! 함께 사는 남자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덕에 몇 번 책을 들여다 보긴 했으나 온갖 수식에 꼬불꼬불 영어로 되어 있어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경제학=어렵고 알쏭달쏭한 것”이라는 공식을 머리에 넣으려고 할 무렵, 샛별처럼 를 만났다. 어제 첫 장을 열고 오늘 마지막 장을 덮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 읽는 내내 포복절도했다. 이 책을 쓴 저자 토드 부크홀츠 역시 경제학자이다. 토드는 자유방임주의를 주창했던 애덤 스미스부터 시작해 맬서스, 리카도, 밀, 마르크스, 케인스 등 과거 역사에서는 물론 오늘의 경제,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제학자와 그들의 경제사상을 독자에게 소개하고 있다. 단순히 여러 사상의 나열에 그치는 것.. 2010. 9. 3.
[우리는 사랑일까] 도표가 있는 독특한 심리연애소설 끝내주는 분위기, 황홀한 음식에 도취되는 여자. 유명한 레스토랑에 갔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여자.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 소설 의 주인공 앨리스는 후자 쪽이다. 자신이 느끼는 마음보다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앨리스는 런던에서 광고회사를 다니면서 몽상가 기질이 다분한 24세 아가씨이다. 그녀는 어느 파티에서 운명처럼 에릭을 만난다. 그는 자기 일에서 성공하고 미남인데다가 완벽해 보이는 남자다. 소설은 앨리스가 에릭을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하며 헤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진실한 사랑 찾기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만 설명하고 끝난다면 일반 연애소설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 소설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이 묘사하는 주인공들의 세세한 .. 2010. 9. 2.
책 100권 쌓아 놓고 읽기의 즐거움 사람은 저마다 책 읽는 습관이 다릅니다. 어떤 이는 같은 저자의 책만 파고드는가 하면, 어떤 이는 관련된 책을 모조리 읽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한 권을 끝낸 다음에 다음 책을 펼치기도 하고 저 같은 사람은 3~4권을 한꺼번에 봅니다.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건 각자의 취향이라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든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책을 100권이나 모은 까닭과 방법 미국에 올 때 결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책읽기’였습니다. 살면서 늘 책을 많이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가지고 살았는데 학교생활, 직장생활이 바쁘다 보니 실행에 옮기지 못했답니다. 한 달에 한두 권? 그것도 읽기 편한 소설 위주로 읽다 보니 남들이 말하는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게 도통 무슨 .. 2010.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