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집 입춘첩, 부지런히 책 읽자
오늘이 입춘이라지요. 미국 시간으로 따지면 아직 몇 시간 전입니다. 오늘 저녁 가족끼리 둘러 앉아 오붓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남편이 입춘첩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입춘첩? 입춘은 알겠는데 입춘첩은 처음 들었다고 하니 우리 남편 혀를 끌끌 찹니다. 입춘첩은 입춘날에 대문이나 들보, 기둥 등에 써 붙이는 글귀라고 하네요. 무식하면 배우면 됩니다. ^^
남편이 인터넷에서 입춘첩을 찾다가 좋은 게 있어서 공책에 써 놓았다고 보여줍니다. 저는 ‘입춘대길, 건양다경’만 있는 줄 알았더니 종류도 많고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하네요.
오호~ 보자마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글은 차암 남자답게(?) 써서 걱정인데 한문은 제법 잘 썼더라고요. 솔직히 저는 한문 저렇게 못 씁니다. 감탄을 연발하자 남편 왈, 자기가 원래 제대로만 하면 한글도 잘 쓴다는 둥, 이것도 매직으로 써서 엉망이라는 둥 변명인지 자랑인지 모를 말을 늘어 놓습니다. 그런데 덧붙이는 뜻이 정말 좋습니다. 두 가지 내용인데 하나씩 보면 이렇습니다.
● 근능보출: 부지런함은 능히 모자라는 것을 보충한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저의 모자란 능력을 한탄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내미는 문구에 무릎을 탁 치며 결국 노력만한 것은 없는 것이구나 했답니다. 남편도 요즘 공부하랴, 영어까지 하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판국인데 이 글귀를 보며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나 봐요. 얼마 전 읽은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강창래, 알마] 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2,000번이나 실패한 끝에 전구를 발명한 에디슨에게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전구를 발명했다고 한다면 그건 칭찬이 아니라 욕이다. (148p)”
에디슨 같은 사람도 천재라서 전기를 발명한 게 아니라 몇 천 번을 실패해도 끈질기게 다시 시도하는 노력 때문에 그런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지요. 근능보출이라는 네 글자를 보니 저는 제가 원하는 길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하는 반성과 함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성실하게 노력해보자는 결심을 했답니다.
● 독서파만권 낙필초군영: 책 만 권을 독파하고 글을 쓰면 뭇 영웅을 뛰어넘는다.
이 글은 참 다정하면서도 따갑습니다. 훌륭한 사람 좀 되어 보겠다고 책을 읽고 있는 저에게 역시 책이 답이었군 하는 끄덕임과 함께 언제 만 권을 읽나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학생인 남편은 이 글을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데요. 논문 만 권을 읽으면 훌륭한 논문을 쓸 수 있다로 말입니다. 좋습니다. 죽을 때까지 만 권을 못 읽을 지도 모르지만 근능보출의 자세로 노력하면 꼭 만 권이 아니더라도 언젠간 뭇 영웅을 뛰어넘을 글을 쓸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음하하하하!
저희 부부는 올 한해 두 글귀의 가르침을 소중히 받들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매직으로 옮겨놓은 글귀를 잘 오려서 벽에 붙여 놓고 말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