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말을 많이 하면 아이는 입을 다문다 [3세와 7세 사이]
정보가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대, 애 낳고 키우는 일도 책과 인터넷 뒤져가며 열심히 땀 빼고 있는데, 여기 조금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육아서가 하나 있습니다. “자기주도형 아이는 7세 이전에 결정된다”고 하면서 엄마들보고 말하는 횟수를 줄이라 합니다. 잠깐만 질문을 멈추고 기다리라 합니다. 느긋해지랍니다. 책 [3세와 7세 사이, 김정미, 예담, 2010. 11. 25]가 하는 말입니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 질문이 참 많다
별 것 아닌 것 같지요? 하지만 초 단위로 바뀌는 사회에서 우리 성격 급한 엄마들, 그게 쉽지만은 않지요. 아이에게 뭘 물었는데 즉각 답이 안 나올 때면 저도 모르게 아이 대신 답을 대신 말하고 있는 경우 많답니다. 저희 집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엄마: 우리 똥 강아지 오늘은 어린이 집에서 뭐하고 놀았어?”
딸: 음………… (어쩌면 생각 중이었지 모릅니다.)
엄마: 그림 그린 거? 만들기 놀이 한 거? 놀이터에서 논 것도 재미있었지? 점심 땐 뭐 먹었나? 다 먹었어?
딸: 음………… 그냥… 몰라.
엄마: 모르긴 왜 몰라. 잘 생각해 봐. 친구들이랑은 잘 놀았어?
아이를 어린이 집에서 데려오는 차 안에서는 대개 이런 대화가 오고 갑니다. 예전엔 몰랐는데 [3세와 7세 사이]를 읽고 뒤를 돌이켜 보니 저와 딸내미 대화에서도 질문과 대답 형식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끔은 아이보다 제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요.
가르치지 말고 반응하라
아동발달심리연구소의 소장인 저자 김정미는 이 책을 통해 ‘반응 육아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주도성을 키워주려면 아이가 먼저 대화나 놀이를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가령 “오늘은 어린이 집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나?”하는 질문을 한 뒤에도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끝내 답변을 안 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은 엄마와 대화를 하기 싫다기보다는 그 주제에 관심이 없다고 보면 될 일입니다.
인터넷 정보에 따르자면, 엄마가 수다쟁이일 때 아이가 말을 빨리 배운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저 역시 우리 똥 강아지가 말을 하지 못했던 돌 이전부터 아이를 안고 이런 저런 혼잣말(?!)을 하곤 했었지요. 엄마라면 말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실천 중이었는데 이 책은 말을 줄이라고 해서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해서 반응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콕 집어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할수록 아이의 말문은 막힌다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말을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요. 반응 육아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끼어들어 말을 할 ‘시점’입니다. 아이가 뭔가 스스로 해내고 엄마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을 땐 즉각적인 환호, 칭찬 등이 필요하겠습니다.
부모가 아이보다 적게 말하며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때 아이는 비로소 자기 생각을 통해 자기 입으로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193p)
조기교육, 선행학습이 필수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반응 육아법을 한다고 세월아, 네월아 아이를 기다리는 것이 고역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어릴 적부터 놀이나 대화를 자기가 직접 주도해 봐야 인생을 잘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고 난 후 질문을 줄이니 아이가 얼마나 다양한 놀이와 말을 하는지 잘 보였습니다. 같은 장난감을 가지고도 원래 용도 말고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질문과 말을 더 줄여봐야겠습니다. 감정 오버하는 것은 워낙 잘하는 편이니, 반응이나 실컷 해주렵니다. 오랜만에 재미있고 유익한 육아서를 읽었네요. 지금 혹시 여러분들은 잘 몰라서 혹은 다급한 마음에 아이의 주도성을 빼앗고 있지는 않나요?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
*반응 육아법(Responsive Teaching): 미국 교육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으로 아이가 일상 중에 활동을 주도하고 부모는 그에 적절하게 반응적으로 자주 상호작용할 때 아이의 인지, 의사소통, 사회, 정서 능력이 계발된다는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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