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르는 것은 쉬워도, 치우는 것은 힘든 까닭
“애 키우는 집이 다 그렇지요, 뭐”
종종 아이가 있는 집에 급작스럽게 놀러 가다 보면 집이 엉망일 때가 있지요. 그럴 때 하는 말입니다. 다들 공감하시나요? 아이를 키우는 집이 깨끗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아이들은 마음껏 어지르면서 놀아야 하니까요. 치워도, 치워도 돌아서면 금세 뒤죽박죽, 엉망진창이 되는 게 정상이지요!
우리 똥 강아지는 이제 좀 컸다고 무지막지하게 어지르지는 않아요. 블록이면 블록, 인형놀이면 인형놀이, 오리기면 오리기 하나씩 집중하곤 하지요. 그런데 왠 바람이 불었는지 며칠 전엔 거실 가득 상자란 상자에서 자기 보물(?)을 죄다 꺼내며 살펴보고 좋아라 하지 뭐에요. 자기도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오랫동안 뜯어보데요.
딱 저렇게 어질렀을 당시, 저와 남편은 식탁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답니다. 저렇게 엉망으로 된 장면을 보면서 제가 남편에게 한 마디 했지요.
“참 신기하지, 상자 안에 있는 거 어지를 땐 1, 2초도 안 걸리는데 왜 치울 땐 오래 걸릴까? 비디오 거꾸로 돌리는 것처럼 다시 상자에 주워담을 수 있으면 좋잖아”
“그게 정말 궁금해?”
“뭐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거지”
그랬더니 남편이 저를 한참 보더니 대답합니다.
“그건 엔트로피 법칙! 때문이야. 물질계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나기 때문이지.”
“엔… 트로피? 으응.. . 그래 뭐, 대충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한마디로 무질서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거야. 그래서 그걸 질서 있게 자리 잡게 하려면 에너지, 즉 힘이 필요하지. 그래서 우리 딸내미가 어지러진 것 다시 질서 있게 하려면 힘든 거야! 물에 잉크를 한 방울 넣으면 잉크가 금새 번지잖아. 그런데 다시 잉크만 추출하는 건 힘든 것도 같은 이치야.”
“어허허허허허허~ 잘났… 어허허허허허”
누가 젊은 시절 과학소년 아니랄까봐, 아이 장난감 어질러진 걸 보고 엔트로피가 어쩌구 저쩌구 하다니요! 뭐라고요? 과학소년 아니어도 다 아는 거라고요? 걍 왜 사냐 건 웃었습니다!! 우리 남편 만세! 엔트로피 만세! 트로트 만세! (이건 아닌가 ^^;;;;) 그저 제 질문에 진심을 다해 농담을 던진 남편이 귀여워 보였답니다. 근데 전 왜 이말이 진짜 같죠? 남편 왈, 비유가 그렇다~ 이 말씀이라네요. 후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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