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컹크 방귀 냄새, 참기름 냄새와 비슷하다고?
제가 사는 곳은 산속 한 가운데 자리잡은 도시랍니다. 그런즉 어딜 가나 몇 발자국만 나가면 나무며, 꽃이며, 들이며 산이 반겨주지요. 집에서 3분 거리에 말 세 마리가 있는 목장도 있어요. 자연과 더불어 사니 무지 좋긴 한데, 가끔 운전할 때 주의해야 한답니다.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이 많거든요.
너구리나 두더지, 다람쥐, 새들은 일상다반사고요, 가을철 짝짓기 계절이 되면 사슴도 종종 차에 치여 위험천만하답니다. 제가 사는 곳 교통사고 1순위가 바로 사슴을 치는 것이라고 해요. 생각해 보세요. 인적 드문 밤길을 달리는데 덩치가 산만한 사슴이 차로 뛰어든다고 하면 얼마나 놀랄 일인데요. 제가 직접 친 적은 없지만 길거리에 죽어 나동그라져 있는 사슴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프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동물, 바로 스컹크에요! 미국 오기 전까지 동물원에서도 본적이 별로 없었던 동물이에요. 그런데 요 녀석이 심심찮게 차에 치인답니다. 사실 사고가 나서 납작해진 동물을 보면 무슨 동물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거든요. 그런데 스컹크는 냄새 덕분(?)에 바로 알 수 있어요.
사진출처: http://animal.discovery.com
사진 출처: http://naturalunseenhazards.wordpress.com
흔히들 스컹크 방귀 냄새가 지독하다고 하잖아요? 어린이 만화나 영화 같은 데서도 스컹크가 냄새 풍기고 사라지면 다들 괴로워하잖아요! 죽기 직전 내뿜었던 건지 스컹크가 길에서 죽으면 몇 날 며칠 동안 근처에만 가도 차 안으로 냄새가 들어온답니다. 정말 오래 가요. 심지어 비가 와도 잘 안 없어지는 것 같다니까요.
그런데 말이지요. 요 냄새가 참 희한해요. 직접 맡으면 기절할 정도로 독하다고 하는데 운전 중에만 맡아봐서 그런지 참기름 냄새 같기도 하고 더덕 냄새 같기도 해요. 왜 있잖아요. 지하철 환승역 구석에서 보따리 풀어 놓고 장사하시는 더덕 할머니라도 있을라치면 알싸한 냄새가 지하철 가득 퍼지잖아요. 딱 그 냄새인 거에요. 결론인 즉, 별로 맡기 어렵지가 않단 말씀이지요.
지난 학기 영어 수업할 때 마지막 시간에 각자 음식을 싸와서 파티를 했는데요, 그 때 주변 이웃이 조언을 해 주더라고요. 참기름 냄새가 미국 사람들에게는 스컹크 냄새랑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잡채 같은 건 해가지 않는 게 좋을 거라고요. 김밥을 쌀 때도 우리는 썰기 전에 김에 참기름 한번 싹~ 바르고 썰잖아요? 그러면 미국사람들 진짜 싫어라 한데요. 그땐 그게 무슨 소린가 싶었는데 이젠 이해가 되요. 얼핏 맡으면 정말 비슷하거든요. 하필 '더할 수 없이 고소한 참기름'과 비교되는 게 좀 황당하기도 했지만 어쩌겠어요. 스컹크에게 뭐라 할 수도 없는 일. -_-;;
참, 스컹크에게서 나는 냄새는 방귀(기체)가 아니고, 항문 근처 항문선에서 내뿜는 액체라고 해요. 동물의 눈에 들어가게 되면 일시적으로 눈이 어두워져 공격을 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스컹크는 강적을 만나도 도망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불쌍한 스컹크, 도로 위의 무시무시한 자동차들도 자기 액체 한 방이면 보내버릴 줄 알았나 봅니다. 제 블로그를 빌어 며칠 전 저희 집 앞 도로에서 깔려 죽은 스컹크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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