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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보랏빛 소가 온다] 소가 보라색이 아니라면 팔지도 마라

by 영글음 2010. 8. 20.

옛날 회사를 다닐 때의 일이다. 그 회사는 후발주자로 에센셜 오일 화장품 사업에 막 뛰어들었다. 이미 전 회사에서 신통치 않았던 경험이 있던 나는 궁금했다. 이 신제품은 성공할 것인가. 홍보팀이었던 내가 마케팅팀 A에게 물었다.

“이미 시장이 포화상태인데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강한 아로마 향을 내세워 마니아층을 만들 거예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브랜드를 알려야지요. 그게 우리 팀의 역할이에요.”

다소 두루뭉술한 A의 대답. 하지만 아직 홍보 분야에서 초년생이었던 나는 우격다짐식의 그 대답이 너무 멋져 보이기만 했다. ‘아, 역시 마케터는 다르구나!’ 그리고 1년 후……. 브랜드는 사라지고 회사에서는 추석, 설날마다 아로마 화장품을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광고는 단지 광고일 뿐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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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업계의 리더 세스 고딘이 쓴 [보랏빛 소가 온다]는 내가 다녔던 회사가 출시한 에센셜 오일 화장품의 실패 원인을 정확히 꼬집고 있다. 그 제품은 ‘소가 보랏빛’이라는 것만큼 리마커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에센셜 오일이니까 향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만으로는 시장에 발을 내딛기가 어려웠을 법하다. 도무지 내세울만한 남들과 다른 장점을 찾을 수가 없으니 제품은 출시가 되면서 재고로 쌓일 운명이었던 것이다.



보통 기업은 자신들이 만든 제품이 언제나 최고라 믿는다.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는 모두 마케팅으로 책임을 돌리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훌륭한 제품 없이는 아무도 봐주지 않는 시대가 왔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마케팅 방식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TV-복합 산업체라고 일컫는 일명, 매스미디어에 의존하여 고액의 비용으로 광고를 쏟아 붓는 마케팅이 더는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대신 제품 기획 단계부터 마케팅 담당자가 관여하여 제품 자체를 리마커블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제품 기획과 마케팅이 따로국밥이면 제품과 소비자도 따로 논다. 리마커블은 주목할 만한 가치고 있고 지루하지 않고 새롭다는 뜻.



위험한 길이 가장 안전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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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오랜 세월 등산객들이 평탄하게 만들어 놓은 산길 대신 바위투성이에 잡초가 우거진 길로 간다면 어떻게 할까? “그 길은 위험한 길이야. 이쪽으로 돌아오너라.”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지 않을까? 하지만 오늘날의 마케팅은 경우가 다르다. 숲속을 헤매며 새로운 길을 여는 이가 결국 시장에서 승리한다. 세스 고딘은 리마커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장 위험한 길을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위험한 길이라고 해서 대단히 특별할 필요는 없다. 단지 용기와 추진력이 뒷받침되는 약간의 혁신이 필요할 뿐이다.

한국에서 2004년에 출간된 [보랏빛 소가 온다]는 여러 사례연구를 통해 왜 지금 시대에 보랏빛 소가 필요한지에 대해 역설한다. 1년 뒤 후속편으로 출간된 [보랏빛 소가 온다 2]는 보랏빛 소를 만들고 실행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를 담고 있다. 열린 사고를 강조하면서도 안정을 우선 추구하는 이 땅의 모든 경영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또한 ‘광고발’이 안 먹힌다고 투정하고 있는 마케터들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