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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이야기/내가 읽은책

주4일, 하루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세상 [살림의 경제학]

by 영글음 2012. 1. 13.

월화수목금금금. 5일도 모자라 주말까지 반납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하는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에게 주 4, 그것도 하루 4시간만 일하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더 많이 벌수록 행복하다고 느끼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를 반가워 할지, 갑자기 주어진 여유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윤을 남겨야 할 기업 입장에서는 절대 불가능의 일이어야 할테다. 그런데 경영학자 강수돌은 그렇게 일해도 행복할 수 있고 세상은 잘 돌아간다고 말한다. 일 중독, 공부 중독 대한민국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살림의 경제학, 인물과 사상사, 2009. 02]에서 강수돌은 먼저 죽임의 경제에 대해 말한다. 경제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돈이나 물건을 생산, 분배, 소비하는 활동, 한마디로 먹고 사는 문제이다. 그런데 삶과 관련된 문제가 오히려 죽음을 부른다니? 우리는 싫든 좋든 신자유주의 사다리 질서(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경제 계급의 질서)의 돈벌이 패러다임 위에 억압과 착취, 기만과 파괴를 일삼으며 옆 사람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자기보다 못한 이는 통제하고 높은 이에게는 충성을 맹세하며 살아 간다. 이런 경제에서는 더 많이 일하고 소비해도 인간성이 파괴되고 영혼은 피폐해진다. 이것이 파괴의 경제, 죽임의 경제이다. 이 책은 과도한 경쟁과 죽음을 부르는 시장논리의 모순을 설명하고 허울만 좋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의 실제를 파헤치며 돈벌이 경제가 왜 죽임의 경제인지를 따지고 있다.

 

저자는 죽임의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하고 공고한 연대를 통해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역사회를 단위로 자연환경 특히 땅을 소중히 하며 밥상혁명, 교육혁명, 일터혁명 등을 통해 노동중독, 소비중독, 돈중독, 권력중독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살림의 경제이다. 소박하게 살기, 천천히 가더라도 더불어 가기 등의 가치가 우선시된다.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먹고 더 적게 쓰면 더 많이 존재하고 더 많이 관계하며 더 많이 행복해지는 그런 삶이 보편적 해답이 아닐까? (72p)”

이는 저자가 말한 주4, 하루 4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인 셈이다. 적게 일하고 조금만 벌어도 씀씀이를 줄이는 대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간 관계 맺기에 충실하면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초테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급변하는 IT, 디지털 세상에서 1차 산업인 농업을 활성화시키고 자율적 생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수돌의 주장(?)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공감은 하지만 과연 실천이 가능한가, 설령 실천한다 해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이 동참해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는 격동을 겪으며 변화, 발전해가는데 그의 말은 마치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라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는 내 의문에 답이라도 하듯 마지막 장에서 희망을 만드는 '나부터' 실천과 연대를 이야기한다. 또한 에필로그를 통해 학자이면서도 시골로 내려가 동네 이장까지 맡으며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보여주며 살림의 경제에 관한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한다. 자연과 소통하며 주민과 연대하여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그의 실천은 살림의 경제를 만드는 초석이 될 터였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만들어내는 공생의 경제이다. 돈 때문에 일생을 노동에 바치지 않아도 되는 삶의 모습이다. 

죽임의 경제와 살림의 경제, 무엇이 더 발전된 역사의 모습인지는 좀더 두고 볼 일이다. ■